양혜규

Haegue Yang

조각가 양혜규의 작업은 종이 콜라주에서부터 퍼포먼스 조각, 그리고 대형 다감각 설치 작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져 있다.
최근 몇 년 간 양혜규는 마치 벽화처럼 에워싸는 벽지 작업들을 해 오고 있다. 조각가에게 의외의 도전으로 보이는 이 작업을 통해 양혜규는 평면적 시각으로부터 시공간의 횡단이 가능한지에 대해 탐구한다. 작품 <순간 이동의 장>(2011)은 이런 범상치 않은 탐색의 시작이었다. 다양한 소재가 채워지고 겹쳐지는데, 나무뿌리 조각품이나 표류목과 같이 특별할 것 없는 유물과 전시 설치 전경이나 작가 작품의 일부도 포함된다. 이에 벽지라는 평범한 평면성에서 시간과 장소는 붕괴되며, 벽지는 또 비선형적이고 비위계적인 움직임의 평면성을 보여 준다. 양혜규에게 이와 같은 비이분법적인 움직임은 단지 물리적인 행위가 아니라 정신적이고 감성적이며 사회적인 차원을 동반한다.
<중간 유형>(2015- )은 의인화된 조각 시리즈로, 이 시리즈를 둘러싼 벽지에서는 평범한 사람과 수공예라는 개념들을 탐구한다. 양혜규는 조각과 벽지가 층을 이루는 환경을 만듦으로써 신화적인 서사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문화적 특정성을 벗어나고, 결국 대중 영합적인 신비주의는 물론 인습적인 평범성까지 초월한다. 이런 다감각적인 환경들은 통제가 되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시간, 장소, 인물, 경험의 함축을 제시하는데, 이러한 것들은 공유가 되지 않는 지각 장 안에서 우리를 연결시켜 준다. 기본적으로는 시대착오적인 그의 접근 방식은 깊이 있는 연구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고대와 미래가 공존한다. 양혜규의 작업은, 시간이 붕괴되고, 역사, 개인적 서사들, 인간 연대, 기계적 흔적들의 위계가 소멸하는 곳에 관한 은유적 지도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