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경

Seokyeong Kang

강서경은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자신의 회화적 언어를 확장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자신의 신체나 개인사에서 추출한 서사적 요소와 더불어 한국의 여러 전통적 개념과 방법론을 재해석해 자신만의 조형 논리로 직조해 내는데, 특히 ‘진경(眞景, 진정한 경치)’에 대한 현대적 표현 방식을 실험하며 현 사회 속에서 개인의 자리를 고찰한다. 이렇게 전통이라는 과거의 시간을 현재의 시점으로 소환하여 구축해 낸 새로운 시공간 속에서, 각 작품군은 서로 유기적으로 헤쳐 모이며, 이를 통해 오늘날 개인이 뿌리내릴 수 있는 역사적 축으로서의 공간적 서사를 제공한다.

강서경이 작업을 구축해 나가는 데에 기반으로 삼는 원리 중 하나는 정간보(井間譜)이다. 조선 시대에 발명된 전통 악보 체계인 정간보는 정(井)이라는 사각 단위로 구성되며, 정에는 음의 높이와 길이뿐만 아니라 각 음을 연주하는 데 필요한 몸의 움직임이 함께 표기된다. 따라서 각 정은 각 음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집약이자 조화를 시각화하며, 이러한 사각 그리드로 이루어진 정간보는 서사의 리듬을 그린다. 이 사각의 그리드를 강서경은 작업의 조형 단위로 작동시킨다. 작게는 개개인을 구성하는 움직임과 목소리를 담는 하나의 공간이며, 더 나아가서는 개개인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균형의 방식을 찾아 나가는 시각적 시스템이다. 정간보의 그리드 시스템을 그 개념적 기반으로 삼아 오늘날 개인이 사회와 맺는 관계 속의 여러 조건들을 고찰하는 것이다.